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영화 '나이브스아웃' - 레트로 케이스를 씌운 스마트폰 같은
    즐기다/영화 2020. 3. 21. 16:58

    출처=다음 영화

    이 영화에 대해 기자와 평론가들이 쓴 글 중에 눈길을 끄는 표현이 있다.

    고전 추리물의 완벽에 가까운 복원
    그때 그 추리소설의 ‘뉴타입’
    정통 추리극의 묘
    복고풍 미스터리
    레트로 미스터리

     

    출처=네이버 영화

    영국 드라마 셜록처럼 속도감 있는 추리물은 아니지만, 위의 표현들처럼 정통에 가까운 추리 서사를 보여준다.

    미스테리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각자의 사연이 있는 다수의 용의자와 사설탐정이 등장한다.

    영화 상영 시간이 2시간을 넘기도 하고 액션신보다 대화 위주의 장면들이 많아서 최근 트렌드와 비교하면 느릿느릿한 전개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전혀 지루하진 않았다.

    말 그대로 추리하는 맛이 있는 영화라고 할까?

    속도감 있는 영화는 몰입감은 좋지만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너무 빠르니까. 그런데 이 영화는 약간 느리기에 생각할 시간이 있어서 좋았다.

    '누가 범인일까? 누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는 뭘까?'

    영화를 보면서 생각을 정리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는데 최근 영상 트렌드의 호흡이 너무 빠르다 보니 오히려 기존 속도감을 유지한 영화가 느리게 느껴지는 것 같다.

    출처=다음 영화

    이 영화의 또 하나 재밌는 점은 영화 중반부에 누가 범인인지 알려준다는 거다.

    범인을 알고 나면 추리 영화가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지만, 사실 본 게임은 이때부터다.

    거짓말하는 사람투성이인 곳에서 유일하게 진실을 말하는 단 한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 사설탐정 브누아 블랑이 사건의 전모를 쫓는 과정이 쫄깃쫄깃하다.

    아카데미에서 4개 부문을 수상한 기생충과 함께(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줄이야!) 각본상 후보에 올랐던 영화인만큼 각본의 구성은 세밀하고 밀도가 높다.

    정통추리물의 여러 규칙(복선, 반전, 권선징악)을 적절히 조화시키면서도 고루해 보이지 않고 상대적으로 가볍게 결말을 지음으로써 보는 이도 부담 없이 끝까지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스포가 될 수 있기에 자세히 설명하긴 힘들지만, 머리도 살짝 쓰고 마음도 따듯해지는 영화라고 평할 수 있을 것 같다.

    출처=다음 영화

    그 외에도 이민 이슈, 돈에 대한 탐욕, 이기심 등의 소재들이 녹아들어 있다. 보통 여러 이야기가 섞이면 정리가 안 되기도 하고 어느 한쪽으로 심하게 쏠리기 쉬운데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그 모든 것들이 과하지 않다는 것이다. 상업 영화답게 적절히 즐길 수준으로, 한 번 생각해볼 만한 정도로 포장돼 있다.

    이 글의 서두에 언급했던 평론가의 표현 중에서

    그때 그 추리소설의 ‘뉴타입’

    이 표현이 정확한 것 같다. 레트로 스타일의 케이스를 씌운 스마트폰이랄까?

    암튼, 꽤 괜찮았다. 내 맘대로 평점은 7.5.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