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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란한 제주의 4월과 ‘다크 투어리즘’
    쓰다 2022. 4. 28. 10:00

    우리는 그동안 아름다운 제주의 겉모습만을 봐왔는지도 모른다.


    지난 4월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지됐다. 코로나19로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 심리와 함께 날씨까지 따뜻하게 풀리면서 미뤘던 휴가를 떠나는 여행객이 늘었다. 특히, 아직 해외로 떠나기엔 부담스러운 여행객들에게 제주도는 최적의 여행지로 꼽힌다.

    봄을 맞은 4월의 제주는 아름답다. 하지만, 그 찬란한 이면에 숨어 있는 핏빛 제주의 모습을 기억하는 여행객은 많지 않다.

    제주도 서귀포시는 지난 4월21일부터 23일까지 제주 4.3의 전국화를 위한 교류도시 초청 <4.3역사 알리기 팸투어>를 열었다. 제주의 주요 관광지 속에 숨어 있는 우리 역사의 아픔을 기억하기 위한 ‘다크 투어’를 진행했다.

    ‘다크 투어’란 휴양과 관광을 위한 일반적인 여행과는 다르게 재난이나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과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곳을 찾아가 체험함으로써 반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을 뜻한다.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가 함께 발행한 ‘제주 4.3 REMEMBER 다크투어리즘’ 팸플릿에 따르면 제주도 곳곳에 위치한 4.3 유적지는 총 11곳이다.

    <전쟁의 참혹함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송악산 진지동굴.>

    4.3 유적지 중에는 관광지로 유명한 곳도 있다. 제주 올레 10코스를 따라 이어지는 해안 둘레길이 있는 송악산에는 일제가 제주도 주민을 강제 동원하여 해안 절벽을 뚫어 만든 17기의 진지동굴이 있으며 그 인근에는 252명이 집단 학살된 장소인 섯알오름 학살터도 있다.

    <섯알오름 학살 희생자들의 시신을 불태우고 남은 잔해를 묘사한 조형물.>

    섯알오름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모슬포를 중심으로 한 서부지역의 예비검속자들이 집단 학살된 장소다. 당시 내무부 치안국은 1945년 미군정에 의해 폐지된 예비검속법을 악용하여 각 경찰국에 불순분자 등을 구속하고 처리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모슬포 경찰서는 344명을 예비검속했고 1950년 8월20일 새벽 2시에 한림어업창고 및 무릉지서에 구금됐던 63명, 새벽 5시경에는 모슬포 절간 고구마 창고에 구금됐던 132명이 해병대 제3대대에 의해 집단 학살됐다.

    또한,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정방폭포 역시 누군가에게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끔찍한 학살의 현장이다. 정방폭포는 4.3 당시 200명이 넘는 도민이 목숨을 잃은 서귀포 지역 최대 학살터다.

    이외에도 표선 가시마을 4.3길, 제주 4.3 평화공원 등 제주도 어느 곳에서든 4.3의 비극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제주 4.3 평화공원에 위치한 예비검속 행방불명 희생자 표석들>

    제주 출생 시인이자 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현재 제주4.3연구소 소장인 허영선 작가는 자신의 저서 <제주 4.3을 묻는 너에게>에서 “제주도의 사월은 참으로 화사한 유채꽃으로 온 섬을 물들이지만 그것이 비린 아픔이란 것을 아는지. 아름다움의 이면에 도사린 끔찍한 그 시절의 이야기를, 이 섬에 참혹하게 피어난 붉은 꽃, 노란 꽃들은 어떻게 스스로를 치유하는지를.”이라고 썼다.

    허 작가의 글처럼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아름다운 제주의 겉모습만을 봐왔는지도 모른다. 그 이면에 감춰진 역사를 알고 이 학살을 기억할 때 온전히 4월의 제주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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