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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논설] 뉴스는 '상품'이 아닌 '정보'
    2013년 2013. 8. 18. 19:57



    지난 7월 7일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사고는 우리 언론의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불행한 기회였다. 사고 자체가 주는 슬픔에 더해 자극적 사건 소식을 마구잡이로 내보내던 언론들의 보도행태는 참담하기까지 했다. 온갖 추측성 보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사고 당일에는 아시아나 관련 소식이 방송3사(KBS, MBC, SBS) 방송 보도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결정타는 채널A가 날렸다. 7일 방송된 채널A 뉴스 특보에서 아나운서는 "사망자는 모두 중국인으로 밝혀졌다. 우리 입장에선 다행"이라는 막말을 내뱉었다.


    물론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 언론에만 국한되는 보도 행태는 아니다. 착륙사고가 발생한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사고 원인이 조종사 과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추측성 보도가 쏟아졌다. 또한, 샌프란시스코 지역 채널인 KTVU는 조종사의 이름을 밝히면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다. 자극적인 소재는 사람들의 뉴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이것은 바로 언론사의 수익과 직결된다. 시청률을 높이기 쉽다는 이야기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 정치적 이슈를 덮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자극적 사건은 다루기 민감한 이슈의 배제에 정당한 이유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소위 ‘물타기’라는 용어가 이때 사용된다. 또한, 인터넷을 떠도는 각종 음모론적 이야기들의 출발점이 바로 이곳이다. 음모론적 발상의 뿌리가 우리 언론의 보도행태에서 출발한다는 말이다. 우리 언론의 이와 같은 보도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음모론적 이야기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언론이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론은 사회의 공기(公器)로 사회의 정의를 지키고 공공의 이익을 증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추측성 보도로 점철되는 것이 아닌 철저한 사실 확인을 거친 비판적 보도여야 한다. 사실 확인 없이 전해 들은 것을 옮기는 것만 한다면 ‘저널리즘’이라 이름 붙일 필요가 없다. 굳이 ‘저널리스트라’는 근사한 이름을 붙일 필요도 없다. 단순히 받아 적는 일이야 우리말을 듣고 쓸 줄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의 언론은 스스로 가치를 깎아내리며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저버리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 자극적인 뉴스를 쏟아내는 기존의 보도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뉴스는 ‘파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자본의 유혹에 사실관계를 저버린 추측성 보도를 남발하거나 권력의 힘 앞에 고개 숙인 무력한 언론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철저한 사실관계 확인과 사회 공익과 국민을 위한 비판적 시각으로 뉴스의 경중을 따져 보도해야 할 것이다. 뉴스를 ‘상품’이 아닌 ‘정보’로 다루는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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