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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정이 식는 이유
    나, 지금, 여기 2017. 4. 2. 03:20

    5년 전쯤이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1년을 보내고 귀국했다. 그리고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던 <나는 꼼수다>를 듣게 됐다. ‘대체 뭐길래 그렇게 인기가 있나?’라는 호기심에 듣게 됐다. 그리고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처음으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기자가 되고 싶어졌다. 글 쓰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기자라는 일이 꽤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래서 무턱대고 도전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한 해에 기자가 됐다.

    기자로 일한 건 3년 정도다. 처음엔 정말 열심히 일했다. 배우는 것도 많았고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회사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내 열정이 그저소모되고 있다고 느꼈다세상이 변하지 않는 것도 한몫했다. 아무리 기사를 1001000건 써도 세상은 그대로인 것 같았고 모든 게 헛수고 같았다. 게다가 여기는 다를 거야라고 생각하고 입사했던 회사가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 걸 보면서 참담했다.

    모든 일에는 한계가 있다. 언제까지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나도, 그 열정을 보충하거나 최소한 대체할 희망이 보이지 않자 마음이 무뎌졌다. 불의에 분노하고 마음을 쏟길 그만두기 시작했다지금 생각하면, 일종의 자기방어였던 것 같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의 문을 닫았다. 갓 대학에 입학했을 때 가졌던 냉소적 태도를 다시 취하고 있었다.

    사람은 지친다. 휴식도 필요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도 필요하다. 그리고 끊임없이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를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 열정? 중요하다. 하지만, 땔감 없이 영원히 타는 불은 없다. 뜨겁게 활활 타오르는 불도 좋다. 멋지다, 매력 있다. 하지만, 인생은 길다. 짧은 순간 확 타오르고 죽어버리기엔 내 삶이 불쌍하다.

    그래서 이제는 오래 타려고 한다. 수시로 땔감을 보충해주고 필요에 따라 불길의 세기를 줄이기도 해가면서 살아가련다. 더는 나 자신을 소모해가며 타지는 않겠다. 적절한 온기를 지닌 불로 가까운 사람들과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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