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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록체인과 저널리즘, 그 새로운 시작을 위해
    쓰다 2018. 2. 19. 23:08


    며칠 전 블로터 한수연 기자( @ryuhan18 )님이 쓴 팀원 공고 글을 봤습니다.

    블록체인X저널리즘 프로젝트 '시빌' 팀원 찾는 글

    블록체인 기반의 뉴스룸을 만들겠다는 '시빌' 플랫폼에 함께 참여할 동료를 모집한다는 글이죠.

    그리고 모집 공고 글 앞에는 그동안 한 기자님이 시빌에 대해 취재하고 쓴 기사가 있었습니다.

    굉장히 인상적인 내용이었습니다만, 한 기자님 스스로 언급한 바와 같이 의문이 남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몇 부분을 인용하고 제 생각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저널리즘


    매트 콜리지는 “시빌의 사명은 단지 ‘저널리즘’이고 블록체인은 저널리즘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게 해줄 기술”이라면서 “이 솔루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사용자 커뮤니티를 유치해야 한다. 이것이 시빌의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언론이 늘 그래왔듯이(신문->라디오->TV->인터넷) 이번엔 저널리즘을 위해 블록체인을 도구로 이용하겠다는 말입니다. 그동안 신문부터 인터넷까지, 뉴스를 전달하는 미디어는 변했지만, 사실 그 생존 메커니즘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다를 수 있을까요?

    그러면서 현 언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진단과 처방을 내립니다.

    매트 콜리지와 또 다른 시빌의 설립자인 매튜 일스는 ‘광고료 중심 수익 모델’이 현 저널리즘 모델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진단을 바탕으로 내린 처방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분산 시스템 위에 운영되는 뉴스 마켓이다. 여기에는 독립적이고 자체적인 수익모델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뉴스 생태계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렸다.


    진단과 처방에는 100% 동의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신문의 시대부터 인터넷 시대까지 언론이 생존한 원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광고'죠.

    광고에 집중된 아니, 사실상 하나뿐인 수익 모델을 어떻게 타파할 것인가가 핵심이 될 겁니다.

    블록체인, 독자와 저자를 직접 잇다.


    고유 취재 영역을 가진 각 뉴스룸은 시빌에서 합의된 저널리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시빌 플랫폼 위에서 활동하게 될 각 뉴스룸이 독립적 내부 요인 외 다른 영향을 받지 않게 하겠다는 뜻입니다. 여기까지는 시스템적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다음이죠.

    시빌 측은 뉴스룸의 수익 부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개별 뉴스룸은 멤버십, 구독료, 기본 무료 등 다양한 모델을 독립적으로 선택한다. 뉴스 콘텐츠 제작 전 취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크라우드펀딩 역시 가능하다.

    즉 자신이 필요로 하는 뉴스 콘텐츠가 있으면 뉴스 제작자에게 취재비를 후원할 수 있다. 뉴스 제작자는 이에 부응해 뉴스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한다.


    현재 언론의 논조와 성격을 (굉장히 순화한 표현으로) 제한하는 것은 '돈'이고 '광고'입니다.

    처음 인용한 부분의 구독 모델은 현 언론도 열심히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차별성이 없죠. 크라우드펀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조금 달라 보입니다만, 이 역시 이미 여러 대안 언론에서 시도한 바 있습니다.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새롭지 않다는 의밉니다.

    그다음 수익 모델인 취재비 후원은 어떨까요?

    뉴스가 될 만한 아이템을 가진 사람이 기자들에게 직접 취재비를 후원하면 그에 상응하는 뉴스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뜻입니다. 선의의, 사회적 공익을 위해 취재비를 후원하는 경우라면 문제 될 게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물론 각 뉴스룸이 해당 아이템을 택할지 말지를 고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돈'이 걸리게 되면 '저널리즘'이란 칼날은 무뎌집니다. 아니면 극단적 가정입니다만, 오히려 대놓고 취재 후원자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생산할 수도 있죠.(물론 내부 규정 등에 의해 가능하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맞는 말 대잔치


    맞는 말 대잔치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말뿐인 실험이기도 합니다.

    '저널리즘'.

    기자라는 직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가슴 벅찬 단어입니다. 솔직히 지금은 마음이 매우 무뎌졌습니다만, 저 역시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렇기에 참 언론, 참 저널리즘을 실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회사에 입사하고는 뛸 듯이 기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실패했죠. ^^; 그래서 더 제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걸 수도 있습니다. 겉으로는 참 좋은 뜻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지만, 그 안에는 늘 조금 다른 생각을 품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제 경험상, 그런 사람들은 목소리가 큽니다. 그럴듯하게 떠벌리는 것도 잘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너무 비판적 의견만 제시해 불편하셨을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분들께는 이런 이야기가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말이 이상하죠? ^^; (응? 그렇게 까더니 이제 와서???)

    앞서 제가 참 저널리즘을 실천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회사가 있었다고 했죠? 전 그 회사에 입사할 때, 이건 망하더라도 의미 있는 실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망할 때까지 있겠다고 다짐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실제로 제 기준에서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아니 그보다 더 오래 버티다가 퇴사했습니다.

    한 번 실패했습니다. 제가 무언갈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건 아니었지만, 제 실패입니다. 그렇기에 또 도전해보고자 합니다. 어쩌면 실패의 경험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또, 앞서 언급한 참 여러 가지 쉽지 않은 부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재밌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의미도 있고요.

    이거야 원...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잔뜩 써놓고는 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네요. ^^;;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하고 싶으면 해야죠. 이제 한 기자님께 메일을 보내러 가야겠습니다. ㅎㅎ

    오늘의 나를 기록합니다.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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