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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무말 대잔치] 지난주 썰전을 보다 빡쳐서 쓰는 글
    쓰다 2018. 1. 22. 20:35

    뭔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기분이라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개인적 생각을 거르지 않고 적은 것이니 혹여 불편한 내용이나 어리석은 생각이 담겼을 수 있습니다.

    이 점 참고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뉴스룸 토론은 진작 봤습니다.

    코인을 잘 모르는 분들은 유시민 작가가 판정승을 거뒀다고 보는 시각이 많더군요.

    프레이밍과 토론 기술의 승리라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유 작가는 토론의 범위를 '비트코인'에 한정시키려고 했고 대중의 언어로 쉬운 예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이과적 혹은 기술적 용어를 사용하는 정재승 박사와 김진화 대표의 워딩보다 설득력 있게 느껴진 것도 사실입니다.

    한 모 교수가 준 여러 웃음 포인트도 토론 보는 재미를 더해줬고요.

    토론을 본 제 소감은 '그럭저럭 볼 만했다', '내가 코인판에 늦게 들어온 건 아니구나' 정도였습니다.


    당일 토론 말미에 유 작가가 '썰전'에선 더 강경하게 발언했다고 하길래, 그것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걱정이나 기대를 했다기보다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대중이 받을 인상이 어떨지 궁금해 찾아봤습니다.

    먼저 짧은 소감은 '별로'였습니다.


    사실 좀 화가 나더군요. 다 보고 난 지금은 편집 때문(주장에 대한 근거를 설명한 부분을 많이 날렸을 수 있겠단)일 거란 생각도 듭니다만. 어쨌든 실망스러웠습니다.

    유 작가의 핵심 발언을 요약(개인적 주관적 요약입니다.)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비트코인은 가치가 없다. 실물이 없기 때문이다. 튤립만도 못하다. 비트코인 몰라도 된다. 비트코인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투기 열풍을 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가치가 없다는 시각. 그럴 수 있습니다. 기존의 시각으로 블록체인을 바라보면 그렇게 보이겠죠.

    블록체인은 전에 없던 기술입니다. 새로운 것이죠. 새로운 것을 과거의 눈으로 바라보니 해석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비트코인 몰라도 된다"는 발언은 해석할 필요도 없다는 거죠. 기존 시스템의 관점에서, 국가 주도의 관점에서, 중앙화된 권력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은 괜찮았습니다. 화가 난 지점은 다른 곳이죠.

    유 작가는 위의 근거를 토대로 코인투자를 '투기'라고 못박았습니다. 거래소를 도박장이라고도 표현했죠. 그러니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이 참 불편합니다.


    투기? 맞습니다. 코인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돈이 된다니 들어온 투기자본, 매우 많을 겁니다.

    하지만, 투기가 맞다고 하더라도 '내가 투기할 자유'를 멋대로 통제하겠다는 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저는 물론 투자라고 생각합니다만.)

    헛된 꿈을 좇다 피해를 볼 젊은이들이 걱정된다고요? 걱정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절망도 나의 몫입니다. 내 선택에 따른 것입니다. 더구나 아직은 불법도 아니고 블록체인 기술이 사기로 판명 나지도 않았습니다. 모두 진행 중인 사안입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 국가에서, 내가 내 돈을 투기에 쓰든 투자에 쓰든 그건 내 자유입니다. 그것도 개인의 자유를 위해 그렇게 오래 애써온 유 작가가 할 말은 더더욱 아닙니다.


    여기서부턴 뇌피셜입니다.


    사실 저도 국가의 역할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다 보니, 유 작가의 강경한 태도는 '투기'의 문제가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이 태생적으로 갖는 반국가적 시스템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본능적 통찰이라고 할까요?

    실제 장관으로 재직하며 정부 부처를 운영해본 입장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향후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두려워했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통제할 수 없는 걸 만나면 두려움을 느끼죠.

    유 작가는 굉장히 진보적 사람입니다. 그 삶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평소에 꽤 좋아하고 존경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분입니다. 지금까지의 지식, 지금까지의 삶, 지금까지의 문화, 법, 삶의 양식, 태도 등에 그 정도로 해박하고 그 해박함을 대중에게 잘 전달하는 인물은 흔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한계가 있는 법이죠.

    블록체인 기술이 열 새로운 세상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겁니다. 아니, 받아들이기 싫은 걸 수도 있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변화를 겪었고 이제 이쯤이면 됐다는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사안에 있어서만큼은 유 작가가 논리보다 감정을 앞세워 대응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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