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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휴지통은 어떻게 비울 수 있을까?쓰다 2020. 3. 25. 16:22
너무나도 혼란한 시국이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유행병에 대한 정보가 차고 넘친다.
4.15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과 '위성 정당'들이 펼치는 정치 공세도 어마어마하다.
여기에 더해 'N번방' 사건까지.사실 모두 다 중요한 일이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코로나19,
내 삶과 내가 지지하는 가치를 대신 펼쳐줄 사람을 뽑는 총선,
여성을 착취하는 성범죄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필요한 N번방 사건.모두 다 중요한 일이기에 대략의 내용은 참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고.
그런데 정말 우리가 아는 것이 맞을까? 아니 '제대로' 아는 게 맞을까?
기술과 미디어의 발달로 우리는 무수히 많은 정보에 더욱 쉽고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TV와 신문, 라디오 등 주요 몇 매체를 통해 어느 정도 정리되고 통일된 정보만을 접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수천, 수만 가지 채널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취사선택해 체득하고 있다.최근 들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내가 유튜브에서 봤는데"
유튜브에서 봤다는 이 표현은 정확하진 않다. 유튜브 ** 채널에서 봤다고 말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렇게 자세히 말하진 않는다. 내 성향과 취향이 공개되는 것이니까.
나는 1인 미디어의 발전과 미디어의 다양화가 민주주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인류 진보에 기여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기여했다고 본다.
하지만, 모든 일은 적절해야 한다. 정보가 제한되던 시절에는 어떤 형태로든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공해에 가까운 정보 사이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찾아내는 게 어려울 지경이 됐다.
더 우려되는 건 객관적인 정보를 취득하고 있다고 믿는 개인이 사실은 '필터 버블'에 빠져 있는 경우다.
필터 버블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필터 버블'이라는 용어는 인터넷 활동가 엘레 패리저가 자신의 이름과 동일한 이름의 책에서 창조하였다. 필터 버블(filter bubble)은 개인화된 검색의 결과물의 하나로, 사용자의 정보(위치, 과거의 클릭 동작, 검색 이력)에 기반하여 웹사이트 알고리즘이 선별적으로 어느 정보를 사용자가 보고싶어 하는지를 추측하며[1][2][3] 그 결과 사용자들이 자신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정보로부터 분리될 수 있게 하면서 효율적
ko.wikipedia.org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는 표현은 폐기돼야 한다. 이제 인터넷은 정보의 늪이다. 내가 원하는 자원을 찾아 탐험을 떠나는 바다가 아니라, 내가 원한다는 착각 속에서 무차별적으로 접하게 되는 정보가 나를 서서히 잠식해가는 늪.
그래서 우리 뇌에도 '휴지통 비우기' 기능이 필요하다.
무수히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거르고 정리하기만도 바쁜 우리의 뇌에 휴식을 취할 시간을 줘야 한다.
그래야만 정보와 정보를 연결하고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정보 입력을 잠시 멈추고 들어온 정보만으로 고민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정보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이 정보가 과연 옳은 정보인지 아닌지', '이 정보가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인지'.
한 번 위기를 겪으면 다시 긴 호흡의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지 않을까 싶다.
책과 다큐멘터리 그리고 토론하는 문화가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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