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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를 예측할 수 있는 사회' - 기술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리라
    쓰다 2017. 12. 3. 14:16

    이벤트 - 망상이 현실로; #1. 범죄를 예측할 수 있는 사회 - 에 참여한 글입니다.


    "망상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변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kmlee님이 이벤트를 알리는 글에 쓰신 말입니다. 망상이라는 단어와 대비라는 단어가 이렇게 같이 쓰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하의 글은 편하게 쓰겠습니다. ^^


    가장 먼저 생각난 건 과거 LG전자가 만들었던 광고 카피였다.

    "기술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리라."



    '범죄를 예측할 수 있는 사회'가 과연 인간을 더 자유롭게 할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가 될 것인가. 그런 고민을 조금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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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 예측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예전에 꽤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난다.

    범죄 예측 시스템이 현실화된 미래를 그려 화제가 됐던 영화다. 예측 도구로 '예언자'라는 독특한 설정이 등장한다.

    빅데이터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지금에 돌이켜보니 예언자라는 설정은 조금 어설퍼 보인다. 물론, 당시엔 굉장히 획기적인 영화였다.

    4.jpg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선 예언자를 통해 범죄를 예측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은 빅데이터를 통해 여러 가지 예측을 하고 있다.

    충분한 데이터가 모인다면 범죄도 예측할 수 있다고 본다. 예측이라는 건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는 거니까.

    문제는 그 예측을 토대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다.

    사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빅데이터 예측은 깊이 들어와 있다. 대형 온라인 쇼핑사이트들은 AI를 도입해 이용자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한다. 금융계, 영화 등도 이미 알고리즘을 통한 추천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하다못해 구글 광고도 이용자의 평소 관심사를 추적해 그에 알맞은 광고를 보여준다.

    5.JPG

    '추천'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추천이 '강제'로 넘어가는 지점이다.

    단순한 추천은 선택권이 개인에게 있다. 추천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순 있지만, 최종 결정은 개인의 몫이란 거다.

    하지만 추천을 넘어 빅데이터가 강제성을, 일종의 물리력을 지니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한 번 상상해보자.

    어느 날 내가 사지 않은 제품의 구매내역이 문자로 통보됐다. 마침 내가 필요했던 물건이긴 하다. 한편으로 반가우면서도 뭔가 께름칙하다.

    내가 구매했다고 나온 사이트에 접속했다. 평소에 물건을 자주 사는 곳이다.

    구매내역을 클릭했다. 내가 지금까지 구매했던 내역들과 함께 AI의 추천 이유가 나와 있다. 최근 구매내역은... AI다. 주문내역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향후 일주일 이내 구매 확률 99%. 당신을 위해 제가 대신 주문해뒀어요~!"



    빅데이터가 아무리 정교해진다 한들, 결국 그 본질은 많은 양의 데이터일 뿐이다.

    사람 마음은 데이터로 모두 설명할 수 없다. 내 마음도 내가 잘 모르는데, 데이터가 어찌 알 수 있겠나.(나보다 더 나를 잘 알까봐 조금 겁이 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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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다. 범죄를 예측까진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예측으로 누군가를 구속하거나 범죄 혐의를 확정 짓는다는 건 절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서도 안 된다.

    99%의 확률로 남은 1%의 가능성을 제거해버린다면 그건 그 자체로 절망적이다.

    한 개인의 일탈이 사회에 얼마나 큰 피해를 끼칠 수 있는진 나도 잘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개인의 자유를 미리 억제하는 건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인간의 인간다움을 버리고 그 불합리함을 버리고 자유를 버리고 완벽한 안전과 무범죄의 사회를 얻는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데이터는 참고만 하자. 인간은 인간답게 실수도 하고 거칠고 때론 넘어지면서, 그 와중에 조금씩 성장하면서 나가면 충분하다.

    "기술이 인간을 자유롭게 하리라."



    특정 회사에 대한 호감과 상관없이, 이 광고 카피는 나름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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