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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리뷰] ‘안시성’을 지키자고? 그런데 왜 지키는 건데?
    즐기다/영화 2018. 9. 20. 15:59

    영화를 끝까지 보는 게 힘들었다.


    역대급 규모의 전투신, 멋들어진 CG, 화려한 액션은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 나머지는 너무 부실했다.

    중반 이후부터는 그나마 유일한 장점이던 액션신마저 힘을 잃었다. ‘우리 영화 이렇게 장대한, 이렇게 돈 많이 쓴 영화다’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뭐든지 과하면 탈이 난다.

    쓸데없는 액션신이 너무 많았다. 슬로우모션을 활용한 전투신이나 거대한 공성병기가 등장하는 등의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대부분 의미 없는 칼싸움만 반복된다. 구도만 다를 뿐 앞에 장면을 그대로 복붙했다고 해도 될 정도다. 게다가 더 최악은 도저히 쉴 줄 모르는 음악이었다. 전투 장면 내내 브금이 깔린다. 한 마디로 전투도 과하고 브금도 과했다.

    특히 색깔 없는, 그저 겉모습만 그럴듯한 일장자랑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영화의 절반 이상이 전투에 할애돼 있는데 컨셉이 없었다. 전쟁에서의 전략전술을 강조하든지, 아니면 장수 개개인의 화려한 액션을 강조하든지, 그도 아니라면 당 태종과 양만춘이라는 두 인물의 복잡한 심리라도 잘 풀었어야 했다. 하지만, 안시성은 스케일 큰 장면들(공성병기의 등장이나 토성 건설, 각종 수성병기 등)을 부각하는 데만 치중했다. 전략전술도 어설프게 맛보기 정도만 보였고 장수 개개인의 화려한 액션도 슬로우모션 몇 장면을 제외하면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다. 결국, 태권도 초심자가 검은 띠를 매고 품세만 그럴듯하게 따라하는, 겉멋만 잔뜩 들어간 모양새였다.

    s2.jpg

    전쟁신에 힘을 실었다? 그런데 안시성을 왜 지키는 건데?


    사실 액션신 자체만 놓고 보면 이렇게까지 깔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한국 영화치고’라는 그 왜 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는 조건을 달고 본다면 꽤 괜찮은 수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종합 예술이다. 액션만 멋지다고 좋은 영화일 순 없다. 더구나 관객의 몰입을 얻지 못한 액션은 말 그대로 ‘예쁜 쓰레기’일 뿐이다.

    영화에 주제의식이 없다. 스토리 전개도 엉망진창이다. 특히, 사물 역을 맡은 남주혁의 꿈에 뜬금없이 연개소문이 등장하고 다음 날 곧장 양만춘을 향해 칼을 겨누는 장면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스토리가 엉망이니 영화 속 캐릭터가 전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엉망인 스토리에 더해 주인공인 양만춘 역을 맡은 조인성은 연기를 못했다. 너무 안 어울렸다. 심지어 액션마저 활을 쏘는 몇 장면을 제외하면 멋이 없었다.

    영화 초반부터 불안했다. 첫 전투를 앞두고 사기를 북돋기 위해 양만춘이 연설을 하는 장면부터 엉망이었다.

    핵심 대사는 “저들을 지키기 위해”였다. 20만 대군을 5천 병력으로 막아선 이유, 안시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로 양만춘이 외친 대사다. 대사 자체도 너무 평이하고 멋이 없는데, 조인성은 발음이 뭉개졌다.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고 카리스마가 없었다. 그리고 “저들을 지키기 위해”라는 대사가 끝나자마자 전환된 화면에 담긴 존경과 희망 가득한 백성들의 눈빛이란…. 안 그래도 전혀 감동적이지 않은 연설에 찬물을 끼얹는 연출이었다.

    s3.jpg


    지금 이 표정이 내 표정.jpg

    그래서 결론은


    제목이 ‘안시성’이다. 그리고 안시성을 지키기 위한 사투가 담긴 영화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본 후에도 난 여전히 안시성이 무엇인지, 왜 그들이 안시성을 지켰는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안시성 전투’라고 제목을 지었다면 백 보 양보해서 이해하는 척이라도 해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 한 줄 평 : 보통 예쁜 쓰레기라는 표현을 하는데, 이건 그냥 거대한 쓰레기. 근데 금방 질리기까지 함.
    ● 별점은 10점 만점에 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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