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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대면 사회의 천장과 바닥
    읽다/오늘의 문장 2021. 1. 27. 15:56

    무엇보다 지식 생태계에 폭발적 충격이 예고되고 있다. 줌과 유튜브는 전세계 지식 유통체계를 뒤흔드는 고속철도(KTX)망이다. 세계 최고의 강연과 토론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
    지식을 가진 사람은 폭발적인 수요를 누리며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식을 정리하고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엄청난 속도로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며 성장하고 있다.
    국가들 사이 벽은 높아지지만, 어떤 의미에서 세계화는 더 확산된다. 지식 교류가 더 빨라지고 깊어지는 중이기 때문이다. 지식의 중심부에서는 엄청나게 빨아들이고, 주변부에서는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

    가장 큰 충격은 청년들처럼 아직 사회와 연결되지 않은 이들에게 올 것이다. 비대면 사회는 사람들 사이의 새로운 연결을 어렵게 만든다. 비대면 상황에서 새로운 연결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이미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다. 어디든 새로운 사람이 진입하기는 어려워진다. 비대면으로 지식은 얻을 수 있지만 관계를 얻기는 어려워서다.

    (...)

    천장은 사라지고 있다.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한계를 모른 채 성장할 것 같다. 벽은 낮아지고 있다. 국경의 벽을 넘어 언제든 세계와 교류할 수 있다. 바닥은 꺼지고 만다. 뒤처진 사람들은 이런 기회에 접근하지 못한 채 보호장구 없이 맨바닥에 내던져진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쩌면, 이렇게 경계가 사라진 사회에서 천장을 뚫고 날아가는 사람들의 능력이 어떻게 바닥까지 닿게 만드느냐일지도 모른다.

    <줌쇼크 / 이원재> 중에서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0415.html?fbclid=IwAR0-VqwT9BFoF6HXLo9g3gGggBNEVJoPUnR43EV3QZVVL9E1mYXj8DVOV2s#csidx4854e92f4ddbae5bb1fa4a1cabbb270


    평소엔 보통 길어야 한 문단 정도 인용해서 포스팅을 하는데
    오늘은 여러 문단을 통으로 가져오게 됐다.

    전체 흐름을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내가 공감되는 문장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부터
    지식으로의 접근성은 말도 안 되게 좋아졌다.
    다만, 사람들이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시간과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던 측면이 크다.

    코로나19는 그 ‘시간’을 강제로 단축시켜버렸고
    강제로, 임의로 단축된 시간이 어떤 장단점을 가졌는지는
    우리의 근현대사를 반추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독일에는 녹서라는 게 있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백서가 어떤 사건의 사후를 정리하는 문서라고 한다면
    녹서는 어떤 일이 생길 것을 예상하고 미리 대비하는 문서다.

    정부정책안을 검토하기 위해 만든 임시적 문서를 녹서(green paper)라고 하는데, 초록색 표지의 녹서는 정부가 대중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주요국에서는 중요한 정책의 경우 백서를 발간하기 전에 녹서를 먼저 만들었다는 것이다.

    <독일의 ‘노동4.0’ 정책이 주는 가르침> 중에서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11192113005#csidxa5e00385686409cad4f6304b36caf15

    지금 우리의 귀에 익숙해진 ‘4차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은
    독일의 ‘산업 4.0’과 ‘노동 4.0’ 녹서로부터 비롯됐다. 2011년도의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다.
    굉장히 오랜 시간 사회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전문가들이 토론하며 현재에 이른 셈이다.

    독일의 사례처럼 그러한 긴 과정을 거쳐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게 세상인데,
    그 시간이 강제로 단축된다면 그로 인한 부작용 또한
    적지 않을 것이란 점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시간이 강제로 단축되면,
    천장은 한없이 확장될 것이고
    동시에 바닥도 끝없이 추락할 거란 우려가
    바로 이 지점에서 등장한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고
    “이렇게 경계가 사라진 사회에서 천장을 뚫고 날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해결책도 찾아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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